아시아의 窓 부산 그리고 부산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탁계석(음악평론가)
음악의 기능은 다양하다. 그 다양한 기능은 음악적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뿐만 아니라 향유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 기능이 사랑받을 때 존재 가치가 발생한다. 그러니까 음악도 문화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이고 끊임없이 사회와 호흡하면서 유지, 발전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부산은 음악문화에서 다소 소외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의 제2도시답게 수준 높은 음악과 이를 즐기는 관객기반이 어느 정도 조성되었느냐 하는 물음에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자에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은 도시 이미지를 글로벌화 했다. 역동성이 느껴지면서 부산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모았고 거꾸로 부산의 눈도 열렸다.
그러나 전반적인 현상을 짚어 보면 여전히 부산은 음악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한편으로는 부산문화를 이끌어 온 1, 2세대가 물러나면서 어떤 리더십에 의해 이 공백을 메울 것인가가 과제로 남았다. 부산문화의 중추적 파워를 형성해 역동적인 문화로 변화시켜야 할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지 않다면 상실감에 빠지거나 주춤거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누군가 새로운 발상과 힘으로 부산음악계를 리더해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어찌해서든 성장 동력을 꺼트리지 말고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부산은 과거 30-40년 전과 비교하면 예술전공자도 크게 늘어났고 공연장 등 문화인프라도 많이 개선되었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의 성격상 국제도시란 이미지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이에 합당한 문화, 즉 시민문화 관점에서 문화의 생활화, 선진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그러나 아직 시민문화가 타 도시에 비해 높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바로 이 같은 문화지수 개발에 음악이 어떻게 일조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런 점에서 ‘아시아의 窓(창) 부산-부산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프로젝트는 매우 신선하고 시의 적절했다. 아니 좀은 더 빨리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력을 도모했어야 했다. 그러나 늦은 때가 빠른 때. 이 페스티발이 장기 전략수립과 훌륭한 콘텐츠 개발을 해야 하는 이유다.
‘아시아의 窓’ 受信(수신)과 發信(발신) 균형 이루어야
이번 부산월드필하모닉의 탄생은 그래서 오케스트라의 정신 요체라 할 수 있는 ‘調和’에 부산시립교향악단과 민간오케스트라가 연합했다는 사실. 市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는 그 자체로 타 단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상식인데 이 같은 연대의 의미는 예전에 는 생각할 수 없었던 변화로 보인다.
일종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인식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은 향후 부산이 또는 부산 예술단체들이 어떻게 화합하고 융합해 이를 에너지화 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반목과 질시가 아니라 관용과 화합이란 새 價値 창출에 오케스트라 앞장섰다는 의미다. 바로 오케스트라 정신이다.
‘하나가 된 힘’의 실체로 뭘 할 수 있을까. 개인이 아무리 잘났다 해도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있다면 연합을 이룬 오케스트라가 부산을 대표하고, 부산의 상징 캐릭터가 된다면 그 힘으로 아시아의 窓을 열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
물론, 이 같은 오케스트라 편성이 순음악적인 성격이냐 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행사는 그런 편협한 시각을 초월해 존재한다. 부산이 세계와 소통하는 窓의 기능을 하는 大명제가 있기 때문이다. 연합 오케스트라의 발신 신호가 바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가 된 오케스트라의 단합된 힘, 세계의 창을 여는 신호로
그렇다면 이번을 기회로 부산의 한계를 극복하고 아시아와 교류할 수 있는 교두보가 확보된 셈이다. 이는 정치, 경제, 외교에서 미쳐 펼칠 수 없는 교류를 민간이 확대하는 것으로 이 같은 자연스러운 방식을 정치나 경제에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문화를 앞세운 외교가 선진국에서는 일반화 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먼저 준비하고 먼저 상을 차린 쪽이 주도권을 갖게 되는 것이고 보면 이번 프로젝트가 각별한 애정과 관심 속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간다.
근자에 대구시 역시 국제오페라페스티발을 통해 위상을 높이고 급기야 대구를 음악도시로 선언하지 않았는가. 만시지탄 부산이 오케스트라를 통해 새로운 도약 포인트를 잡고 도시브랜드를 높이는 작업에 예술과 문화의 심화, 확장이 바로 부산을 스스로 아시아의 窓으로 자리매김하는 길이라 보여 진다.
오케스트라는 가장 합리적인 세계의 공통문법이다. 각자 나라가 가지고 있는 전통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원활하지 않다. 그것은 각자의 보물이긴 하지만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는 아니다. 세계의 문화 소통의 가장 적합한 언어 소통 수단이 오케스트라로 보면 된다.
이날의 콘서트(10월 12일)는 ‘부산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란 이름하에 부산시립교향악단, 부산신포니에타,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인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참여했다. 이를 주도한 지휘자 오충근은 그간의 오케스트라 운동을 이끌면서 생긴 內攻을 이번 프로젝트에 모두 쏟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大화합으로 상생하는 부산의 미래를 향해 힘찬 팡파레를 울립니다”라고 프로그램에 노트하고 있다. 바로 변화의 힘, 변화의 찬스를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아시아의 창 프로젝트는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비전에 힘을 보태는 뜻에서 허남식 부산광역시장, 김형오 국회의장, 제종모 부산광역시의회의장, 이만수 KNN사장 등 저명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자리를 빛냈고 부산시장이 이번 행사의 스폰서로 나선 것도 바람직한 지원으로 보였다.
민간악단의 김영희 악장과 시립교향악단의 김동욱 악장이 무대를 바꿔 각기 악장자리에 앉는 이례적인 모습에서 그간 알게 모르게 쌓일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풀리는 듯했다. 첼리스트 정명화와 관객과의 만남도 격상된 프로그램으로 가치를 높였다.
이번 부산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더욱 비전을 갖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편성과 프로그램 운영의 조직 전문화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아시아 각국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부산이 열어갈 비전에 부산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앞장선다면 이것의 부산의 힘이요 예술의 힘, 기능이 아닐까 한다.